옛이야기가 울려 퍼지는 소리의 고장, 남원을 여행했다.
다시 생동하는 봄날을 만났다.





꿈결 같은 상상을 펼치는 정원

통일신라 수도 경주를 중심으로 서남부 지역 한가운데 있어 ‘남쪽의 근원’이라는 뜻을 지닌 남원(南原). 소설가 김동리는 “옛 고을 봄 늦어 찾아드니 광한루 숲속에 있고 오작교 물 위에 떴네”라며 남원에 깃든 [춘향전]의 흔적을 기술했다. 이야기를 소리로 전하는 판소리, 조선후기 문예부흥기를 대표하는 한글 소설로 이름난 [춘향전]의 백미를 찾아 나선다. 남원의 젖줄, 요천을 바로앞에 둔 광한루원의 정문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로 들어선다. 600년 세월을 품은 오래된 정원이 펼쳐진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가’ 판소리 가락을 흥얼거릴 만큼 안온한 봄기운이 감돈다. [춘향전] 속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기생의 딸 성춘향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꽃피웠던 배경지다.
조선 초 1419년 남원으로 유배된 황희가 ‘광통루(廣通樓)’로 이름 지었으며, 정유재란 때 불타버려 인조 16년에 복원되었다. 이후 전라감사 정인지가 “달나라에 있는 궁전, 광한청허부가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라고 감탄한데서 유래해 ‘광한루(廣寒樓)’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광한루는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더불어 빼어난 경관과 건축양식을 갖춘 누원으로 손꼽힌다.
궁궐의 후원을 꾸미면서 발달한 조선 전기 조경 문화의 면면이 깃들었다. 자연의 순리를 존중하는 음양오행 사상과 풍수지리 사상, 형이상을 표상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결합한 조경 문화와 천체와 우주를 상징하는 건축양식이 곳곳에 스며 있다. 선녀들이 사는 ‘달나라 궁전(월궁)’이라는 뜻을 지닌 광한루는 우주를 나타낸다. 그 앞으로 요천의 물이 흘러드는 연못은 은하수를 의미한다. 연못에 놓은 오작교는 은하수에 가로막힌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의미한다. 음력 칠월칠석에 까마귀와 까치들이 몸을 잇대어 만들었다는 설화 속 오작교를 크고작은 돌로 반듯하게 지었다. 그 위를 건너는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빛깔이 수면 위로 아른거린다. 다리 옆면에 난 홍예 사이를 유유히 오가는 물길에는 무지개 모양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오작교 건너편에 자리한 완월정(玩月艇)은 1969년 연못을 넓히면서 새로 지은 수중 누각이다. 정면 6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된 누각으로 ‘지상에서 즐기는 달나라’를 연출했다. 연못에 솟은 세 개의 인공 섬은 신선이 산다고 도교에서 일컫는 삼신산을 빗대어 만들었다. 봉래(蓬萊), 방장(方丈) 두섬에 심은 백일홍과 대나무가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주(瀛州)섬에 지은 조그마한 정자가 운치를 더한다. 섬과 섬을 잇는 아담한 나무다리에서 광한루를 마주본다. 수면에 비치는 자태가 단아하다. 연못 위에 떠있는 ‘상한사(上漢沙)’는 은하수에 오르는 뱃사공 견우의 나룻배를 뜻한다. 직녀가 베를 짤 때 베틀이 움직이지 않도록 괴는 데 쓰였다는 돌 ‘지기석(支機石)’은 연못 바닥에 있다고 한다. 우주를 연상하며 축조한 건축물들은 자연지형과도 어우러진다.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조화를 이룬다. 낮과 밤을 거치고, 천천히 거닐고, 머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해와 달과 별이 빚은 찬란한 빛깔, 스치는 바람에 퍼지는 물결, 시절마다 다른 건축물의 자태. 수면 위로 잔잔하게 일렁이는 풍경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연못이 투영하는 시시각각이 꿈결같이 느껴진다.

멋과 풍류가 가득한 소리의 고장

지리산을 머리맡에 둔 남원은 멋과 풍류의 고을이다. 지리산 자락의 운상원(운봉)에서는 통일신라시대 거문고 음악을 전수한 옥보고가 50년간 제자를 길러냈다. 백제부터 통일신라까지 전국 각지의 예술인이 남원으로 모여 들었다. 수많은 명창과 명인을 배출한 남원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판소리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조선 순조 때 판소리의 음악성을 높인 명창 8명 중에서도 남원 출신의 송흥록과 순창 출신의 박유전은 각각 판소리의 양대 산맥으로 일컫는 ‘동편제’와 ‘서편제’의 시조다. 기교가 많아 구성지고 애절한 서편제와 달리, 동편제는 지리산처럼 씩씩한 가락과 단단한 소리로 담백하고 웅장한 느낌이 강하다. ‘동편제’를 창시한 송흥록 선생을 비롯해 명창들이 찾았다는 소리길, 구룡폭포로 향한다. 남원시 주천면 호경마을과 고기마을 사이를 흐르는 구룡계곡 초입에는 [춘향전]의 주인공인 성춘향을 기리는 춘향묘(春香墓)와 향약계원들이 모임을 가졌다는 육모정이 자리한다.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던 계곡’이라는 의미처럼 구룡계곡은 주천면 호경리부터 덕치리까지 약 3km의 심산유곡이 굽이친다.
구룡계곡 끝자락에는 소리꾼들이 득음을 했다고 전해지는 구룡폭포와 용소가 있다. 지리산 관광 도로가 개설돼 편리하게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 깊디깊은 용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판소리다섯마당 중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지, 좌도 농악의 중심지인 남원에서 우리 소리를 좀 더 가까이 접해보고 싶다면, 함파우 소리 체험관을 찾아보자. 남원시립농악단을 이끄는 류명철(무형문화재 제7-4호) 부단장과 그의 전수자들이 펼치는 사물놀이, 판소리 공연이 매주 금·토요일에 열린다. 남원농악과 전통연희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곳의 고즈넉한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을 청하는 것도 좋겠다. 목재, 황토 흙벽, 옻칠 등 옛 선조의 방식으로 지은 한옥은 구들장에 참나무 장작을 직접 때워 방을 데운다. 향긋한 내음이 감도는 마당과 저수지에서 휴식을 즐겨본다.

깊은 울림으로 닿는 이야기

판소리처럼 소리 내어 읽으면 음율과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하소설 [혼불]도 남원이 고향이다. 꿋꿋한 호령조로 가락을 뽑아내는 ‘동편제’를 탄생시킨 남원 땅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무대로 제격이었을 터. 서도역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그린 [혼불]의 주인공인 허효원과 이강모 등이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허효원이 완행열차를 타고 시집오는 소설 속 장면에서는 ‘정거장, 매안역’ 등으로 묘사했다. 1931년에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다. ㅅ자 맞배지붕과 소나무 판자를 잇대 만든 벽체가 예스럽다. 전라선 오수역과 산성역 사이에 위치한 서도역은 2002년 전라선 개량 공사 때 역사를 신축 이전하면서 철거될 뻔했으나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로 보존되었다. 지난해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외진 역이지만 사진을 찍으러 찾아오는 발길이 지금도 꾸준히 이어진다고. 서도역에서 약 2km 거리에 위치한 혼불문학관에서는 최명희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 말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연 [혼불]은 최명희 작가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집필한 대하소설이다. 무너져가는 남원의 한 종가를 지키는 며느리 3대와 그 곁의 민초들을 그려냈다. 언어를 정신의 지문(指紋)이라 일컫던 작가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그는 운율을 타고 가슴에 안겨드는 원고인지 확인하며, 고유의 우리말로 문장을 지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읽어나갔다. 당시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을 꼼꼼히 취재해 시대적 배경과 역사, 정신세계를 치밀하게 재현했다. 17년간 집필한 [혼불]에 이어 펼치려 했던 현대사를 전하지 못한 채 작가는 1998년 세상을 떠났다. 전라도 방언으로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을 뜻하는 ‘혼불’의 모습은 이렇게 전해져왔다. 수명을 다하는 순간 몸에서 빠져나오는 푸르스름한 빛. 파란 하늘 아래 소설이 그려낸 역사가 오도카니 서 있다. 포근한 봄볕을 머금은 나뭇결. 저 멀리 기차가 내달렸을 녹슨 선로.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이어진 철길에 벚꽃이 내려앉았다. 이야기를 맺어온 아득한 시절, 깊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생동하는 봄날이다.

[TIP] - 남원춘향제
5월 8일부터 12일까지 남원시 광한루원과 그 앞 요천 일대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남원춘향제가 개최된다. 올해로 600년이 된 광한루를 중심으로 춘향선발대회, 길놀이, 방자춤판, 춘향패션쇼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 문의 063-620-5771

[TIP] - 춘향테마파크·신관사또부임행차 공연
춘향의 일대기를 다섯 가지 장으로 재현한 춘향테마파크에서는 전통 놀이 체험도 가능. 7~8월을 제외한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5시, 신관사또부임행차 마당극을 공연하며, 퍼레이드로 이동하는 광한루원에서도 마당극을 진행한다.
● 문의 063-620-5794, 063-633-5353

[TIP] - 국악의 성지
동편제 판소리를 정형화한 송흥록이 태어난 남원 운봉에 자리한 국악의 성지에서 판소리와 우리 전통음악을 살펴볼수 있다. 국악전시체험관, 야외 공연장 등을 갖췄으며 기악, 정악, 명창들의 기증 유물 등을 전시한다. 남원시립국악단의 국악 공연도 관람가능하다.
● 문의 063-620-6905

[INFORMATION]
버스와 기차로 남원에 갈 수 있다. 직통고속버스는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 인천 터미널 및 정안휴게소 환승센터를 이용한다. 그 외 지역은 시외버스를 이용해 남원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된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 용산역에서 남원역까지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INFORMATION]
멋스러운 남원 여행

풍류 가득한 남원에서 만나보는 복합 문화·예술 및 힐링 공간.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2018년 3월 2일 문을 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남원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남원을 찾아온 여행객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 출신 작가들의 전시 공간을 제공한다. 지역 미술의 특성을 널리 알리고자 설립한 공립 미술관으로, 남원 출신인 김병종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을 남원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전원형 미술관으로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미술 작품뿐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하러 찾아오는 복합 문화시설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이곳에선 문학인으로도 활동하는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각종 문학 관련 자료도 소장하고 있다. 약 2,000권의 미술·문학·인문학 관련 도서가 비치된 1층 북카페에서 차 한잔과 더불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 문의 063-620-5660

남원예촌
최기영 대목장 외 최고의 장인들이 공정마다 옛 선조의 지혜와 가치를 살려 축조한 한옥 호텔.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기와지붕과 처마, 한지의 결이 느껴지는 여닫이문,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배어나는 대청마루 등이 품격을 더한다. 땔감으로 방을 데우는 온돌 난방방식이라 더욱 따뜻하고 안락한 시간을 선사한다. 건물 사이에는 정갈하게 가꾼 작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한옥의 미를 체험하며 오롯한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남원 관광의 중심지인 광한루 바로 옆에 자리해 탁월한 입지 조건 또한 장점. 한지, 손거울, 부채 등 만들기 체험, 한복 혹은 평상복을 입고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가족 앨범을 제작하는 포토 북 서비스도 인기가 높다. 주말에는 판소리와 가야금 공연도 열린다.
● 문의 063-636-8001

남원의 교통안전 소식

여행객의 편리한 이동, 시민의 안전한 생활을 제공하는 남원의 교통안전 사업.

정령치 순환버스 개통
남원역과 지리산 정령치를 오가는 지리산 정령치 순환버스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순환버스는 4월부터 10월 말까지 하루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주 6일 운행하며 월요일은 쉰다. 19인승 소형 버스로 요금은 1,000원이다. 지리산 순환버스 개통으로 지리산 관광 및 종주를 위한 편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남원역에서 출발해 시외·고속터미널, 고기리, 정령치, 반선, 산내, 인월, 운봉을 거쳐 남원역에 도착하는 코스를 운행한다. 남원역 출발 일정은 하루 2회로, 오전 8시 25분과 오후 2시 30분이며 정령치 운행 후 각각 오전 11시 30분과 5시 35분에 도착한다.

불법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 제도 시행
남원시가 시민들의 보행 및 교통안전을 도모하고 선진 교통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불법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 제도를 시행한다. 불법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주정차금지구역 내 소방 시설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 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등이다. 불법 주정차로 화재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소방 시설 주변에 적색 경계선을 표시하는 것. 또한 교차로 모퉁이,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 위 불법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에도 보조 표지판을 설치한다. 불법 주정차 금지구간 위반 시 즉시 단속되며 과태료 4만 원이 부과된다. 특히 소방 시설 주변 5m 이내는 상향 조정된 과태료 8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남원 시민 자전거 단체보험 가입
남원시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에게 자전거 단체보험을 가입해 안심하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자전거 단체보험 가입 대상자는 남원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외국인을 포함한 시민 8만3,000여 명이다. 전체 보험료는 3,800만 원으로 남원시가 일괄 납부했다. 보험 기간은 올해 2월부터 2020년 1월 말까지 1년간이며, 매년 갱신할 예정이다. 보험 적용 대상은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사고, 자전거로 인한 도로 통행 중인 피보험자의 우발적 외래 사고 등이다. 보험금은 보험 청구서와 진단서 등을 준비해 청구하며, 다른 보험과 별개로 중복지급받을 수 있다.

노암사거리 회전 교차로
남원시가 사고 예방과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2018년 노암사거리에 회전 교차로를 설치 및 개통했다. 노암사거리는 시간당 최대 교통량이 1,200대에 이르고, 신호 대기로 인한 도로 정체가 발생하는 상습 지역이었다. 또한 교차로를 지나는 신호 위반 차량으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번 회전 교차로 설치로 출퇴근 시간대의 원활한 차량 소통은 물론 교통사고 예방, 신호 대기로 인한 정체 및 지체 시간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에도 남원시는 시민 편의를 위해 교통 문화 및 시설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다.